와글와글|층간소음 복수했더니 고소하겠대요

입력 2019-09-20 10:12   수정 2019-09-20 10:13


새 아파트로 이사한 A씨는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겪다 최근 이웃과 얼굴을 붉히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TV를 시청하며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즐기던 어느 날, A씨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참아보려 했지만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기에 결국 경비실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손님이 오기로 해서 마늘을 빻고 있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늦은 시간에 소음을 내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남은 재료는 다음날 손질하겠다는 말에 화를 누그러뜨리고 다시금 잠을 청했다.

그러나 위층의 소음은 다른 날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고성이었다. A씨의 아파트는 다른 집 화장실에서 큰소리를 치면 들릴 정도로 방음에 다소 취약한 편이었다. 그런데 밤 10시가 넘은 시각, 잠자리에 든 A씨는 귀를 뚫고 들어오는 위층의 공격적인 대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싸움이 붙어 언성을 높인 대화가 이어졌고, 물건을 던지는 듯한 '쿵쿵' 소리가 크게 났다. 여기에 아이들의 비명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참다 못해 A씨는 경비실에 연락을 했고, 이후 바로 조용해지기에 그대로 넘어갔다.

근데 웬걸, 최근 들어 아이들이 쉼 없이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소파나 식탁의자에서 뛰어내리는 건지 중간중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A씨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에 눈을 떠야만 했다.

A씨는 한 시간을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경비실에 연락했다. 그러나 위층 사람들은 "우리 애들은 소파에 앉아서 얌전히 TV만 보고 있다. 우리 집이 아니다. 그러니 연락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결국 A씨는 별다른 방도가 없어 하루종일 층간소음에 시달렸다.

그러더니 이제는 '쿵쾅'거리는 성인 발소리까지 심해졌다. A씨는 "작정한 듯 '발망치' 소리를 내더라"고 했다. '발망치'는 위층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뛰면서 발뒤꿈치로 내리찍는 소리를 나타내는 은어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A씨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천장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 잠시 조용해졌지만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반복하길 이틀 째. 위층 사람들이 인터폰을 걸어와 천장을 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황당해진 A씨는 천장을 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자 위층의 발소리는 더욱 커졌고, A씨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 천장을 쳤다.

그러더니 위층은 돌연 A씨를 찾아와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천장 치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겪어 화장실 문 닫는 소리에도 깜짝 놀란다는 게 그 이유였다. A씨는 먼저 층간소음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기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위층 사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고소하겠다는 말로 윽박을 지르고는 자리를 떴다.

A씨는 층간소음을 대체 몇시까지 참아야 하는 것이며, 어떤 범주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는 말로도 통하지 않아 비슷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갑자기 고소를 하겠다니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층간소음 스트레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소음날 때 반드시 동영상 촬영해야 한다", "매트 깔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문제인데 이기적이네", "우선적으로 아이들 교육부터 시켰어야", "나도 천장치기 해봤지만 복수하면서도 짜증남", "끝까지 안했다고 잡아떼시길", "어쩜 이리 똑같은지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아이들 제어가 어렵긴 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부터 소음 측정법, 해결법, 복수법까지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층간소음 문제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를 넘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로 번졌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층간소음이 원인이 돼 폭력 및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분쟁으로 인한 전화 상담은 총 2만4053건 접수됐다. 이는 전년보다 1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한국음향학회지에 발표된 '설문조사를 통한 소음 민감도에 따른 층간소음에 의해 성가심과 생활 방해 연구'를 보면, 층간소음을 겪은 대다수는 윗집을 직접 방문(43%)하거나 관리실에 연락(43%)하는 등의 항의를 했다. 보복성 소음 유발은 5.8%, 경찰 연락은 3.8%, 이웃사이센터 또는 행정기관 연락은 1.9%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동 생활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매트 및 슬리퍼, 덧신, 테이블 및 의자 커버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경우에는 직접적인 대면 항의나 보복 소음보다는 제3자를 통한 중재를 요청하는 것도 좋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심할 경우 흉악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 분쟁. 이같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이 일어날 경우 아래층에 사는 사람은 어떤 구재를 받을 수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층간소음은 2014년 제정한 '층간소음 시행령'에 따라 주간은 1분간 43dB(데시벨), 야간은 1분간 38dB 이상이면 층간소음으로 간주된다"면서 "직접 대면해서 처리하기 보다는 차라리 아파트의 경우에는 관리사무를 통해서 하시거나 아니면 환경부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환경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금은 약50만원에서 100 만원정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열어 운영 중이다.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를 예방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 시작됐다. 접수된 민원에 대하여 공동주택 관리주체의 중재 하에 현장방문상담 및 층간소음 측정 서비스를 제공해 입주민 간의 이해와 분쟁해결을 유도한다.

현행법상 경범죄 처벌법에서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으로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자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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